영적 디아스포라
흩어짐은 도피가 아니라 확장이다 · 떠남이 곧 하나님의 전략
정체는 곧 후퇴를 의미합니다. 후퇴하지 않는 길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떠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습니다. 오늘에 머물지 않는 사람에게 내일이 열립니다.
사도행전 초기에 20대의 젊은 빌립 집사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유대인들의 큰 박해가 일어났을 때, 말씀을 좇아 예루살렘을 떠나 사마리아 성으로 갔습니다. 서로 오랜 적대 관계에 있던 그곳에서 그는 담대히 복음을 전했고, 사마리아 성이 복음화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오늘날 서울에서 평양으로 들어가 복음을 전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빌립은 거기에 머물러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다시 남쪽 광야로 떠났고, 그곳에서 에티오피아 내시를 만나 복음을 전함으로 이방 선교의 첫 열매를 맺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흩어짐은 도피가 아니라 확장이었습니다. 디아스포라는 상실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빌립이 가이사랴에 정착한 이후의 이야기는 성경 속에서 거의 멈추는 듯 보입니다. 약 30년 뒤, 바울이 3차 전도 여행을 마치고 그의 집에 머물 때 빌립의 이름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때 빌립은 아가보의 예언을 듣고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지 못하도록 말리며, 인간적인 정에 이끌려 바울의 발목을 붙드는 모습으로 비쳐집니다.
정체되고 안주하는 삶을 선택하는 순간, 성령님의 놀라운 역사는 우리 안에서 점차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은 결국 누군가의 발목을 붙잡거나 억압하는 복음 증거의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선교는 반드시 육신적·물리적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정체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주님의 증인으로서 마음과 삶의 방향을 기꺼이 옮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그것이 곧 ‘영적 디아스포라’의 삶입니다. 이러한 삶을 통해 오늘 이 시대에도 새로운 사도행전은 계속해서 기록될 것입니다.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성령님의 놀라운 역사가 열립니다.